문화 2012.04.26 08:25 리스트로

5화 - 군대에서 책 표지를 만드는 방법

Posted by 공군 공감

 

공군본부 정훈공보실 업무 중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차년도 중점추진업무를 수립하는 일이다. 해마다 보완·수정을 해야하고 예하 부대에 배포하기 위해 책자로 만들어야하는 연례행사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한 표지 디자인은 부대 내 행사 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이다.

 

지금까지 2번의 중점추진업무 표지 디자인을 했는데 처음 시작했을 때가 2009년 11월이었다. "정훈공보분야 2010년 중점추진업무"라는 텍스트만을 가지고 책 표지를 만들어야 했다. '막막하다'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 이미지를 넣기에는 소재로 삼을 만한 것이 딱히 없는 상황이었고 작업을 맡긴 의뢰자에게도 별다른 컨셉이나 아이디어가 없었다. 그냥 늘 하던대로 적당히 만들어 주기를 원하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작업을 해보면 항상 느끼는 건, 어느정도 제한 조건(컨셉, 소재 등)이 있는게 오히려 아무 제한이 없을때보다 작업이 쉽다는 것이다. 지금처럼 컨셉도 없이 그냥 해달라고 할 때가 제일 난감할 때 같다. 이곳저곳에 타이포를 넣어보기도 하고 공군 디자인엔 꼭 들어간다는 전투기도 넣어보는 등 여러 시도를 해보았지만, 주제와 거리가 먼 소재라서 그런지 어울리지도 않고 의미도 없었다. 일단 2010년이 정훈병과 창설 60주년이기에 그에 맞춰서 역사성을 살리는 의미를 넣은 표현을 해봤지만, 어딘가 아쉬운 느낌이 있었다.

 

 

너무 과한 제목 크기와 다이나믹한 사선이 오히려 시선의 흐름을 방해한 것 같았다. 그렇다면 차라리 텍스트만의 특성을 살려서 제목이 강조되도록 그리드를 조정하고 여백을 살린 디자인을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타이포그래피 작업은 얼핏 보기엔 쉬워보이는 작업이다. "적당한 폰트를 골라서 적당한 위치에 배열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물어보는 사람부터 특히 "글자 몇 개만 넣으면 되니깐 금방 되지? 바로 좀 해줘"라고 하는 사람들까지 있다. 아마 이런 경험은 디자인을 전공했거나 비슷한 일을 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편견이 많지만 오히려 생각보다 쉽지 않고 오래걸리는 것이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이다. 그리고 타이포그래피 작업은 일러스트레이션과 마찬가지로 디자이너의 특성이 강하게 드러나는 작업이다. 선택하는 서체에 대한 선호도가 확연히 다르고, 레이아웃·서체 두께·색상 등에 대한 선택에 따라 개성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

 

필자도 주로 사용하는 서체가 정해져있는 편이다. 영문 산세리프는 Helvetica, 세리프는 Palatino, 한글 서체는 윤고딕·명조500 시리즈를 주로 사용한다. 아마 지금까지 해왔던 작업 중 70%이상이 이 세 종류 폰트로 이루어져있을 것이다. 장체를 선호하고, 심플하고 모던한 형태를 좋아하는 스타일이 반영되어 있는 것 같다.

필자가 주로 사용하는 4가지 서체

이처럼 타이포그래피 디자인의 특성에 대해서 이해를 하고 있다면 작업을 하면서도 다음과 같이 순서에 맞춰 작업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게 된다.

 

  1) 레이아웃(그리드/논그리드)

  2) 서체선택(세리프/논세리프/캘리그라피/기타)

  3) 강약조절(색상/두께)

 

크게 이 3가지 순서를 따라 아이디어 스케치를 하고 작업을 하다보면 디자인 작업을 하는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아이디어 스케치를 하고 만들어진 중점추진업무 표지가 아래와 같다.

 

[앞 표지]

우측 하단에 제목을 크게 넣어서 시선이 제일 먼저 집중되도록 하였고, 제목에 딸려있는 소제목들을 주위에 배치했다. 제목은 2글자씩 나눠 3열로 배치했는데, 왼쪽으로 한 행만큼 튀어나오게 하여 밋밋해질 수 있는 형태에 다이나믹함을 더해서 긴장감을 주었다. 또한 병과창설 60주년, 2010이라는 타이포를 제목이 안고 있는 형태가 되게 하고 제목과 표지 외곽을 이어줄 수 있게 여백부분에 배치해서 제목이 붕 떠버릴수 있는 위험성을 막고자 했다.

왼쪽 상단에는 정훈마크와 슬로건 등을 넣어서 시선을 잡아주는 프레임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뒷 표지]

슬로건을 중심으로 전체적으로 중앙정렬을 시켰다. 앞표지에서 시선의 집중과 분산을 함께 사용했다면 뒷 표지에서는 시선의 집중을 유도하여 슬로건이 눈에 들어오도록 표현하였다. 슬로건 내용 각각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살려 강조하는 것을 표현하였다.

 

이처럼 이론적인 부분과 감각적인 부분을 함께 사용하여 디자인 작업을 하였고 흔히 볼 수 있는 군대식 표지를 벗어나는 작업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

 

손청진 중위 공군본부 정훈공보실 문화홍보과 그래픽 디자인 담당
한동대학교 산업정보디자인학부를 졸업하고 2009년 8월부터 공군본부에서 웹진/블로그/홍보물/교육자료 등 각종 공군의 디자인을 생산해내고 있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1. 라이너스™

    멋진데요?^^
    잘보고갑니다. 멋진 하루되세요^^

    2012.04.26 09:13 신고
    1. 공군 공감

      네^^ 라이너스님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세요^^

      2012.05.01 09:54 신고
  2. KAS

    부러운 실력이네요^^

    2012.04.26 12:07 신고
    1. 공군 공감

      오호^^ 감사합니다~!

      2012.05.01 09:56 신고
  3. mangoJ

    아항!! 이렇게 탄생하는군요. 재밌다 ㅌ

    2012.04.26 16:35 신고
    1. 공군 공감

      간단한 듯 하지만..ㅠㅠ굉장히 복잡한..!!
      디자인의 세계는 멀고도 멀답니다..ㅠㅠ

      2012.05.01 09:56 신고
  4. 블랙이글스

    결코 단순하고 쉬운 작업만은 아니군요.

    2012.04.30 09:03 신고
    1. 공군 공감

      손도 많이 가지만, 디자인은 생각에서 나오는 거기 때문에
      굉장히 복잡하지요~~ㅜㅜ결코 쉽지 않답니다!

      2012.05.01 09:57 신고

댓글 남기기

포스트 보기

Google+